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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경상남도

[하동]소설'토지'의 무대 평사리 최참판댁을 찾아..

by 산수유. 2008. 5. 17.

 소설'토지'의 무대 평사리 최참판 댁 찾아..

 

5월 초 이 평사리를 무대로 소설'토지'를 쓰신 박경리선생이 세상을 떠나셨다.

오래전.평창에 살던 언니가 문단에 등단을하면서 원주로 이사를 가는 이유가  박경리선생이 계시기 때문이라나..

그분이 살고 계시는 동네 가까이로 결국 이사를 갔고, 이렇듯 알게 모르게 문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셨던 분이시고

내 좁은 소견으로도 한국문학의 큰별이라 칭함받기 당연하신분이 아니였나하는 생각이다. 얼마전 그분이 가시는 길을 텔레비젼을 통해 보면서

적당한 날 하동이나 다녀와야지 생각했었는데 마침 토요일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이른아침 집을 나섰다.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바라 본 악양들

최참판 댁에서 내려다본 들판풍경이 평온하기만 하다. 굽이 흐르는 섬진강 그리고 녹음져 있는  벚꽃길의 조화,

이 모든 아름다움은 하동이 자연에게 받은 축복이 아닐런지..

 

  

  

  

    

  

  

  

 '미류나무 꼭대기에 하얀구름이 걸려있네~~~'

 그래서... 찍었다..^^;

 

  

서희의 공간.. 이 공간에서 서희도 많은 생각을 했었으리라. 어느해인가 이 건물에 들어섰을 때 미처 완성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 상황이였었다.

물론 나무도 갓 알에서 깨어난 아기새처럼 절단되어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 나무의 빛깔을 띄고 있었건만..

이제는 얼핏보면 마치 실존했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택스러움이 흐른다. 서희의 공간에 잠시 머물러 보며 어린서희의 당찬모습을 생각도 해보고..

 

  

 

  

  석류 꽃이 예쁘게 피었다.

 

 

옛날의 그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 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 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이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2008년 4월 <현대문학> 발표(박경리 선생의 마지막 시)-

 

 

 마을입구에서 올려다 본 마을... 

 

평사리를 도착해 마을을 도는데 그동안 연락처만 알고있고 한번도 통화를 못한 블로그 이웃님이 생각이나 전화를 했다.

너무 늦게(내가 전화한다 해놓고....) 연락함을 죄송스레 생각하며 번호를 눌렀는데 들려오는 목소리가 참 고우시다...ㅋ

"반갑습니다..하동에 여행왔어요"하니 "난 하동하면 거기가 생각나요..최참판댁....." 이러시는게 아닌가???

"아.. 그러세요... 여기 최참판 댁입니다....!!!!"  마치 바로 옆에 이웃님이 계신듯...이야기를 나누며 동네를 돌았다...

사람이 살아가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인연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나이도 성격도 모습도 등등의 조건이 많이 다른데도......

그런데 요즘 한분한분 만나는 인연들은 많은것이 달라도 어느정도 세상을 살아서 일까  내 욕심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더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이다. 그런 인연들이 있음을 오늘도 감사하며 정말 행복한 여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