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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경상북도

내게는 무척이나 폐쇄적으로 보였던 양동민속마을 향단(보물 제412호)

by 산수유. 2009. 5. 31.

 

  

멀리 보이는 향단이 눈에 익다 싶었는데 TV드라마나 영화촬영지로 많이 알려진 곳이란다.

가파르지 않는 언덕을 오르며 마을의 보존 상태가 좋다고 느껴졌다.

이곳은 전국6개소의 전통민속마을 중에서 마을의 규모나 보존상태가 다른 곳 보다 좋으며

문화재의 수와 아름다운 자연환경등 볼거리가 많아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기도 하고

우수한 향토성으로 1992년에는 영국의 찰스황태자도 방문했다고한다. 

그러나 기와나 초가등 일부 지붕이 개조되어 양기와나 슬레트의 집들도 적지 않아서

점차적으로 우리나라 원래의 모습으로 정비해 나가는 중 이라고 한다.

 

경주양동민속마을의 구조형태는 언덕위쪽으로는 기와집들이 있고, 아랫쪽으로는 초가집들이 자리를 하고있다.

이유인즉 초가집은 기와집(양반집)에 배속되어 있어 기와집 아래로 지어졌고, 초가집에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있는 집이 많다고 한다.

향단을 돌아보는데도 누군가 살고있는 듯 정리가 잘 되어있고 대청마루 또한 반지르르하니 닦여져있었는데

초가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현재까지 관리와 청소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에서 관리비 명목으로 어느정도의 생활비가 지급된다고 한다.

 

 

중종은 모친이 병중에 있던 이언적(그 당시 경상도 관찰사)선생에게 모친의 병간호와 나라일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지금의 향단을 지어 주었단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건축형태는 관청이나 공무에 대한 건물을 지을 때는 다듬지않은 형태의 둥근모양의 기둥을 사용하고

주택용도로 사용하는 건물을 지을 때는  나무를 가공하여 만든 네모난기둥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곳 향단은 이언적 선생이 공무를 보는 관청 용도와 거주목적의 주택 용도 두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시키기위해

둥근기둥과  네모기둥을 모두 사용하여 건축되었다고 한다.

 

 

향단은 행랑채, 안채, 사랑채가 모두 한 몸체로 이루어진 구조형태로  2개의 마당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위 사진은 행랑마당이다.

 

 

▲향단에서 바라다 본 '관가정' ,   ▼향단의 안채와 안마당

 

 

 

 

 행랑채를 지나 안채로 들어서니 이웃님은 둥그런 기둥 위를 가르키며 어떤 동물인지 맞혀보란다.

동물은 동물인데 토끼같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고 .... 해서 모르겠다고 하니..., '파리'란다.

아니 그 하찮은 파리를 왜 가장 중심이 되는 기둥위에 조각해 놓은건지..., 이웃님 설명으론

파리의  눈은 360도로 돌아가는 동물이라서 중종은 이언적 선생에게 두루두루 백성들의 삶을 살펴보라는 의미에서

 파리모양의 장식을 기둥위에 조각해 놓은거라는데 듣고보니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단을 주생활의 합리화를 도모한 우수한 건물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서 찬찬히 돌아보는데

기둥모양외에 일반 주택과는 뭔가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미로와도 같은 집구조가 왠지 폐쇄적인 느낌이 강하다.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 보았다. 누각형태의 이층구조이면서 너무나 폐쇄적인 공간 구조라는 생각이 ...

 99칸(화재로 현재는 56칸만이 남아 있다)의 건물구조 중 대문이외에 밖과 통할 수 없는 공간구조란다.

 내면엔 여인들의 삶을 구속하려는데도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이웃님 설명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곁을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꼬마가

"엄마, 조선시대에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잘못한 거야?"라고 질문을 한다.

 

밖을 겨우 내다 볼 수 있는 정도의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일생을 보내면서 여강이씨의 여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선초기만해도 남녀 차별이 거의 없었다는데 중기에 들어오면서 여인들의 삶은 그저 남성의 생활을 뒷받침 해 주는 내조자의 존재로서만이....

성리학과 우리나라 조선여인들의 삶과의 관계......???!!! 세뇌되듯 아직도 더러는 이어지고 있는....그...

 

 

 

 

깊숙히 자리한 곳, 이곳은 부엌용도로 쓰인 것 같은데 건물과 건물이 이어진 중간에 공간이 생겨 겨우 하늘을 바라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마치 갇혀있는 공간처럼 보이는 이층누각은  제사 음식을 만드는 곳이란다.

 

 

 

 

 

향단을 내려오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분이 이곳에 눈이 쌓이면 그림같은 풍경이라며 겨울에 다시와서 꼭 구경하라고 말씀하신다.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가도 각자 생각하는 정도가 다 다르겠지만  건축물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주생활의 합리화를 도모한 우수한 건물이라는 것보다 향단에서 생활했던 여인들의 삶이 더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