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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강원도

[영월]기억속에 남아 있을 청령포

by 산수유. 2010. 2. 27.

기억속에 남아 있을 청령포 (2)

 

 

그냥 지나치기에는 시렸던 이곳, 청령포..

 

단종이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상왕으로 봉해진 후, 집현전 학자인 성삼문, 하위지, 박팽년등이

단종복위를 도모하다 참형에 처해지고, 이듬해 단종은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낮추어져 이곳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다.

청령포가 홍수로 인해 영월동헌 객사로 옮겨지기 전까지 단종은 2개월 정도 이곳 청령포에서 기거했다고 한다.

 

승정원 일기의 기록에 근거하여 복원된, 단종이 머물렀던 기와집이다.

 

 

내부를 들여다 보니 가구와 이불, 서안 등으로 채워져 있었고, 파란 도포를 입은 단종이 갓을 쓰고 앉아 있다.

그에게 절을 하는 선비와 관노등의 마네킹은 적당한 거리에 놓여져 있었는데  

단종은 말 할것도 없고 마네킹들이 실제 상황처럼 눈빛이 너무 슬프게 보인다.

 

  

 

집 주변으론 낮은 담장이 쌓여 있었으며, 담장 너머에는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둘러쌓여있다.

  

담장이 낮아 그나마 다행이라지만 어디를 바라봐도 슬픔이였을...

 

 

 

담장을 사이에 두고 궁녀와 관노들이 기거했던 초가의 행랑이 자리하고 있다.

 

 

담장 너머 소나무들은 단종어소를 향해 허리를 구부리듯 굽어있다.

 

 

소나무 숲, 뒤쪽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가 보았다.

단종이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다던 관음송을 지나 데크계단 위로 올라가 본다.

 

 

 

계단은 망향탑과 노산대로 나누어져 있다. 일단 노산대를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노산대 오르는 계단..  높아 보이지만 5분도 채 걸린지 않았던 듯..

 

매일매일 이곳에 올라와 한양을 바라보면서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

 

 

다시 계단을 내려와 망향탑이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보았다.  

 

망향탑으로 오르는 계단은 노산대보다 약간은 더 높은 듯 했다.

 

단종이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를 생각하며, 막돌을 주워 쌓아 올렸다는 망향탑이다.

절벽 아래로 서강이 흐르고, 노산대가 건너편 절벽위로 보인다.

망향탑에서 조금 더 오르면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강물은 푸르기만 한데...

 

 

  

 

다시 계단을 내려와 선착장을 가려는데 소나무 숲 사이로 비석'하나가 보인다. 다가가 보니 한자로 써 내려간 시조다.

금부도사 왕방언이 단종에게 사약을 잔어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을 읊은 시조란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안 같아서 울어 발길 예놋다"

 

 

그렇게... 

청령포로 유배된지 얼마되지 않아 세조의 동생이자 노산군의 숙부인 금성대군이 또 다시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되어 사사되고, 단종은 노산군에서 다시 강등되어 서인이 된다.

그리고 결국 1457년 10월 24일 영월에서 죽었는데 그의 나이 17세 였단다.

 

주검은 동강에 던져져 버려졌으나 당시 영월 호장으로 있던 엄흥도는 시신을 수습한 후,  장례를 치루었다고 한다.

영월 북서쪽에 있는 장릉은 단종의 무덤이다. 현재 다른 왕릉과 같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활처럼 휘어진 서강 물줄기가 청령포를 감고 흐르고 있다. 단종의 비통함을 지켜 보았을 청령포 소나무 숲,

그 숲길을 욕심내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산책한 시간들은 겨울날 추위를 잊을 정도로 기억속에 있는 여행이 되었다.